사모펀드가 흔들리면 주식 시장도 무너질까요? 블랙스톤에서 5조 6천억 원 규모의 환매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그래도 세계 1위 운용사인데 설마'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블루아워 주가가 반토막 나고, 블랙록이 2,500만 달러 대출을 단 3개월 만에 장부가 100에서 0으로 상각했다는 사실까지 겹치면서 이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 시장이라는,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곳에서 금이 가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블랙스톤 환매 사태의 의미
블랙스톤 BREIT 펀드에서 38억 달러, 한화로 약 5조 6천억 원의 환매가 발생했습니다. 여기서 BREIT란 Blackstone Real Estate Income Trust의 약자로, 비상장 부동산 및 사모 대출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이 금액은 해당 펀드 전체 자산의 7.9%에 해당하는데, 평균 환매율보다 높은 수준입니다(출처: 블룸버그).
흥미로운 점은 블랙스톤 시니어 매니저들이 1.5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행동을 '경영진의 확신'으로 해석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게 오히려 역설적이라고 봤습니다. 정말 괜찮았다면 굳이 이런 제스처가 필요했을까요?
블랙스톤은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과 사모 대출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회사입니다. 만약 이 회사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을 급하게 매각하기 시작하면, 자산 가격 전반에 폭락 압력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블랙스톤 같은 대형 펀드도 흔들리는데, 유동성 방어 능력이 부족한 중소형 사모펀드들은 얼마나 더 취약할까 하는 점입니다.
저는 투자 공부를 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금리가 급등했던 시기에 상업용 부동산 관련 리츠(REITs) 주가가 먼저 폭락하는 것을 보면서, 시장의 위험이 항상 주식 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한 곳에서 부실이 확인되면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요청하는 펀드런(Fund Run)이 시작될 위험이 있고, 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전염될 수 있습니다.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의 구조적 문제
사모 대출 시장에는 근본적인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바로 자산 가격 평가 방식입니다. 주식이나 채권은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하지만 사모 대출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펀드 매니저가 직접 자산 가치를 평가(Marking)합니다. 여기서 마킹(Marking)이란 펀드가 보유한 자산의 현재 가치를 장부에 기록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펀드 매니저의 수수료가 운용 자산 규모(AUM, Assets Under Management)와 연동된다는 점입니다. 자산 가치를 낮게 평가하면 AUM이 줄어들고 매니저의 수수료도 줄어들기 때문에, 가치를 하향 조정할 유인이 구조적으로 없습니다. 은행 대출은 부실이 발생하면 장부에 즉각 반영되지만, 사모 대출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비유동적이고 불투명합니다.
투자자들은 이 점을 잘 압니다. 장부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환매를 가속화하는 역설적인 인센티브를 갖게 됩니다. LSTA(Loan Syndications and Trading Association)의 론 인덱스(Loan Index)를 보면 최근 단기간에 대출 시장 지표가 크게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LSTA). 이는 시장이 이미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자산-부채 만기 미스매치입니다. 대부분의 크레딧 펀드는 장기 락업(Lock-up) 구조로 자산과 부채가 장기간 묶여 있지만, 일부 펀드는 분기별 또는 월별 환매가 가능한 단기 부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산은 비유동적인데 투자자가 단기간에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매 압력이 생기면 펀드는 좋은 자산부터 팔게 됩니다. 그러면 남아있는 투자자들에게는 포트폴리오의 질이 점점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이는 추가 환매를 유발합니다.
제가 유동성이 중요하다고 느낀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거래가 활발한 자산은 가격이 빠르게 조정되지만, 거래가 어려운 자산은 위험이 늦게 드러나기 때문에 투자할 때 유동성 리스크를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집중 투자와 향후 전망
최근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과도한 투자 집중입니다. 하이일드(High Yield) 시장의 소프트웨어 익스포저가 5% 미만, 레버리지 론(Leveraged Loan) 시장이 13%인 반면, 프라이빗 크레딧은 20% 이상이 소프트웨어 회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익스포저(Exposure)란 특정 자산이나 산업에 노출된 투자 비중을 의미합니다.
과거 사모 대출은 공장, 재고 같은 실물 자산 담보가 있는 전통 제조업에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AI,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기업에 집중되면서 부도가 발생할 경우 회수할 실물 가치가 제로가 될 위험이 커졌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공장이나 재고 같은 유형 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소프트웨어 주가가 30~60% 폭락하고 AI 디스럽션(Disruption) 우려가 겹치면서 해당 섹터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주가 하락은 LTV(Loan To Value, 담보인정비율)를 급증시켜 대출의 위험도를 높이고, 자산을 매각할 경우 막대한 할인을 감수해야 합니다.
시장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블루아워 주가는 54% 하락했고, 블랙스톤도 42% 하락했습니다. 블루아워는 주가가 반토막 났음에도 공매도 비율이 15~20%에 달하는데, 이는 시장이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증권 대차 데이터에 따르면 브룩필드 주식이 가장 많이 공매도를 위해 대차되었으며, 대차 수수료도 급증했습니다.
2008년과 비교하는 의견도 있는데, 골드만삭스 전 CEO 로이드 블랭크파인과 오크트리 펀드의 하워드 막스는 현재 사태가 2008년 같은 시스템적 위험은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레버리지 위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2008년 주택시장 부실은 금리 인하로 회복 여지가 있었던 반면, 지금은 AI로 인해 대출 대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이건 회생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미반영된 잠재적 위험 요소들이 남아 있습니다:
- 장기간의 강세장으로 부도율이 낮았으나, 앞으로 디폴트 관련 손실이 운용사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 자산의 록다운 문제로 장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추가 평가 손실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AI의 소프트웨어 시장 잠식 논쟁이 진행 중이므로, 소프트웨어 익스포저가 있는 포트폴리오는 추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의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펀더멘탈의 바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물론 이 회사들이 망할 거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금융 시스템 전체를 보는 시각에서, 금리·부동산·사모펀드 시장을 함께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